생활노하우

[스크랩] 부부들에게

왕게으름 2008. 1. 22. 23:10
아내와 나는 둘다 정신과 의사이다.
학생시절부터 커플로 지내와서 벌써 십수년이 지난듯 하다.
둘 사이에는 아이도 태어나고 아들에서 딸에서, 어머니, 아버질 신분도 이동을 했다.
매일 집에서 해주는 밥만 먹다가 스스로의 손으로 밥도 지어먹고
집안 청소부터 여러가지 대소사까지 다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
경제적문제, 가정문제, 직장문제, 자기개발문제, 교육문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 부부사이의 관계의 문제
결혼 이후 수많은 문제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리 부부는 싸우지 않고 (물론 서로 화가날때가 많지만 내가 이러이러한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라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엉킨 실타래를 칼로 끊을 수 있지만 그 실타래는 이미 예전의 실타래가 아니게 된다.
부부 사이에 상한 감정을 멋진 이벤트 한번으로 울고 웃고 화해하며 매워나갈 수 있지만
그건 표면의 균열을 덮는 것이지 결코 완벽한 복구가 아니다.
아내와 십년 넘게 이야기를 해오면 난 지금도 내 스스로를 재발견 하고 있다.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이런 면이 있었구나, 나도 모르게 늘 상대에게 이런걸 기대하고 있었구나.
우리가 일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의 표면만 보지말고 그 이면의 의미들을 깨닿고 나면
상대방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보일때가 많다.
우리 부부는 주로 서로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무엇무엇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무엇무엇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어째서 그럴까? 아마도 그런 이유가 있었던것 같다.
그런데 왜 그런 이유들이 나에게 그런 자극을 주게 되었던 걸까?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의 어린시절로 돌아가게 되고 수십년전 해결되지 않았던 감정들이
지금까지도 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걸 발견하게 되곤 한다.
그래서 그 엉킨 실타래를 지금이라도 조금씩 풀게 되면 비로소 우리는 어제와는 다르게 조금 더 건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부부들이 싸우면서 지낸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 스스로는 왜 싸우는지 모르고 싸운다.
그저 현실적인 표면의 이유들만 들먹이고 있다.
니가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
뭘 그런거 가지고 기분이 나쁘냐 속좁게 시리.
아니 그럼 니가 잘했다는거냐?

서로가 서로를 들여다보지 않고 이렇게 보이는 것들만 보면서 싸우는데에는 서로간에 아무런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서로간에 니가 잘했고 내가 잘했고의 논리적인 시시비비를 따지지 말고
서로간에 오고가는 감정의 결을 붙잡고 서로의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속 마음을 나누고 그 속마음의 기원이 어디에서 부터 시작되었는지를 탐구하다 보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관계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ps. 그런 것들은 모두 결혼전에 이미 성숙한 두 남녀였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커플들이 서로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게 문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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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맞벌이부부 10년 10억 모으기
글쓴이 : 심장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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